등록 : 2007.11.04 18:51
수정 : 2007.11.04 18:51
사설
현대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직항로를 통한 백두산 관광과 육로를 통한 개성 관광에 합의했다. 그 시기도 개성 관광은 오는 12월부터, 백두산 관광은 내년 5월부터로 확정했다.
서울에서 직항편을 타고 겨레의 영산인 백두산으로 바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남북 화해협력의 큰 진전일 뿐 아니라 중국 장백산으로 알려진 백두산을 국제사회에 바로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으나 기존의 북한 관광 사업은 교통수단 등 여러 면에서 제약이 많았다. 이번 합의대로 관광이 이뤄지면 서울에서 삼지연 공항까지 한 시간, 그곳에서 천지까지 40분, 통관시간까지 고려해도 세 시간 정도면 백두산 관광이 가능하다. 개성도 마찬가지다. 육로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본격적인 남북 관광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번 합의는 백두산과 개성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북한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면담했으며, 북한 관광과 관련해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외 개방과 경제협력에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관광 대가를 얼마로 할 것인지, 부족한 기반시설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가 확인된 이상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다.
당장은 백두산 및 개성 관광 사업의 세부 계획을 확정짓고 이를 안착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백두산과 개성을 자유롭게 왕래하다 보면 남북한 주민들을 갈라놓았던 마음의 벽도 차차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 기회가 왔을 때 화해협력의 발판을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다. 기존 개성공단 사업은 물론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남포 조선소 건립 등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뜨겁다. 그러나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거대한 역사의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백두산 관광이 남북 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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