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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4 19:18 수정 : 2007.11.04 19:18

사설

엊그제 벌인 <한겨레>의 여론조사 결과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회창씨가 출마할 경우 그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65%에 이른다. 누가 진짜 보수인지를 놓고 서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반북 노선에선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통합신당의 정동영,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창조한국당의 문국현씨 등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30%를 밑돈다. 명함 내밀기조차 민망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다. 거기서 드러난 유권자의 선택이 고정 불변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무응답자는 불과 7%였으니, 유권자의 정서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놀라운 것은 보수 성향 후보에 대한 전례없는 쏠림이 아니다. 세금 도둑, 차떼기에 정당정치 파괴라는 허물이 있건 없건, 아니면 부동산 투기도 모자라 주가조작 의혹까지 받더라도, 유권자들이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진보 혹은 자유주의적 성향의 후보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진보적 가치를 앞세우고,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의 선봉장 구실을 했으니, 정책 실패의 결과는 진보 진영이 지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투표를 40여일 앞둔 국면에서까지 이런 쏠림과 외면의 책임을 앞선 정부에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유권자들이 현정부의 문제와 진보 성향 후보의 문제를 구별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보 성향의 후보들은 제 안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 상대 진영과 비교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중간층을 흡수하겠다며 비전과 정책의 차별성을 소홀히했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역시 성장과 효율의 덫에 걸려 있다. 그 결과 균형성장, 약자에 대한 배려, 지속 가능성 등 진보적 가치는 사라지고, 경쟁과 효율 성장의 담론만 판을 친다.

한쪽 진영의 패권다툼으로 진행되는 선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서로 다른 가치와 비전을 가진 집단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 국가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진보 성향 후보의 가열찬 반성과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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