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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5 18:39 수정 : 2007.11.05 18:39

사설

민사소송의 변론을 맡아 수임료와 성공보수로 79억원을 받은 한 변호사가 뒤늦게 세금을 매긴 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겨 한푼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시한인 5년이 지났다”며 46억원의 세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그러나 판결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우리 과세 행정 전반의 문제점을 적나라게 드러낸 일이다.

이 변호사는 1995년 말 79억원을 성공보수로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세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 놀랄 일도 아니다. 지금도 많은 변호사들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꺼리고, 계약서를 거짓으로 만들고, 소득을 줄여 신고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해 허위신고를 하면 쉽게 적발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세무조사에서 적발한 몇 명에게 세금을 추징하는 것으로 제 일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과세당국의 직무 유기다.

탈세 의도가 명백한 소득신고 누락이나 허위 신고에 대해 과세당국이 적극적으로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 것도 탈세를 부추긴다. 조세범 처벌법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경우 처벌하게 하고 있는데, 신고 누락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과세당국이 해석하곤 한다. 탈세 목적이 분명하다면 신고누락이나 허위신고를 ‘부정행위’로 봐야 한다. 이번 사례의 경우 과세당국은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을 쓴 것으로 봤으나, 공소시효 5년이 지나 고발하지는 않았다. 조세범죄에 지나치게 짧은 소멸시효 조항도 문제다.

서울행정법원이 늦게나마 적극적으로 과세하려던 세무서의 의지를 꺾은 것은 유감스럽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의 행위가 10년 안에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가 탈세 의도가 명백한 허위신고를 부정행위로 보지 않는 내용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부가 판례를 잘못 해석했다는 평가에 우선은 무게를 둔다. 과세당국은 당연히 항소하고, 대법원은 탈세 의도가 분명한 행위를 엄벌하는 확고한 판례를 내놔야 한다. 대법원이 바로잡을 수 없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탈세는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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