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1.05 18:39 수정 : 2007.11.05 18:39

사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곧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한나라당이 이명박씨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으니 탈당해 따로 출마하는 게 될 것이다. 이 전 총재 쪽에서 흘러나오는 출마의 명분은 ‘보수세력이 이명박 후보를 불안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이 보수세력의 정서와 이념에 맞지 않으며,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등 여러 의혹 때문에 정치적 장래가 불확실한 이 후보를 믿고 있다가는 보수세력의 염원인 ‘좌파정권 종식’에 실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면 당 차원에서 다루는 게 원칙이다. 이 전 총재도 한나라당을 창당한 원로로서 당의 공식 기구나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대북정책 노선이 한나라당의 이념적 지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당내에서 노선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고, 이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당이 이를 공식 논의하고 검증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이런 자정과 자기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당은 지지세력 사이에서 토론을 유도하고 그 결과를 정책이나 정치적 행동에 반영할 책무를 지닌 기구이기도 하다. 지금의 한나라당이 여기에 못미치면 정당 정치의 미성숙을 탓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할 일이지, 이를 핑계로 다른 무엇을 꾀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후보에게 문제가 있으니 자신이 대신 나서겠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이 후보에게 큰 흠결이 있어 그대로 대선에 나서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사퇴를 요구하거나 당내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옳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공직 후보의 교체는 역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전 총재에게 출마의 뜻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경선에 출마해 당원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한나라당 당원인 이 전 총재가 이런 노력이나 절차 없이 독자 출마를 강행한다면, 이는 경선 결과를 무시하고 무임승차를 하려는 게 된다. 곧 사실상의 경선 불복이다. 지지율 격차가 뻔히 드러난 마당에 ‘좌파에 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이대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대북정책의 차이를 내세우는 것도 어색하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정당정치,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온 주역이란 오명을 역사에 남길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