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5 19:08
수정 : 2007.11.05 20:11
사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어제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에 거짓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삼성도 김 변호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의 초점이 핵심을 벗어나선 안 된다. 특히 삼성이 장문에 걸쳐 내놓은 해명은 김 변호사의 개인적 비리와 약점을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부 고발자를 부부 관계, 돈 문제 등으로 치졸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방식이 특히 그렇다. 김 변호사 역시 파헤치면 비리가 있을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삼성 안에서 범죄 가담자였다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일차 초점은 삼성 비자금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그리고 핵심 고리는 김 변호사 명의로 돼 있는 차명계좌다. 김 변호사가 본인 계좌에 들어 있는 50억원이 비자금이라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 이상 사실 확인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삼성은 회사 동료와 개인적 거래에 따른 차명계좌라고 주장하지만 재벌기업 최고위급 임원들이 서로 차명계좌를 빌려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삼성은 임원들의 개인 비리를 찾아내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 왔다. 이런 삼성의 임원들이 제3자의 돈을 관리해주기 위해 동료 임원의 차명계좌를 개설해서 여러 해나 관리해 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삼성이 주장하듯 그룹과 무관한 개인적 거래가 맞다면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경위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다.
삼성은 돈을 준 검사들의 명단 곧 ‘떡값 리스트’ 존재와 삼성에버랜드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회장 지시사항’이란 문건은 삼성 해명대로 “한번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보기 어렵다. 삼성 내 이 회장의 위상을 볼 때 그것은 금품동원 로비 지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에버랜드 사건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이 관여됐을 것이란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같이 근무했던 전직 고위 임원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수사가 끝났고 법률적 해석만 남았다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이번 사건이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은 삼성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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