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6 18:14
수정 : 2007.11.06 18:14
사설
11명의 재독동포들이 그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 없는 이주민 정책’을 호소했다. 1960~70년대 간호사와 광원으로 이주노동을 떠난 이들의 호소이기에 울림이 어느때보다도 컸다. 동시에 이들의 눈에 비친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다시금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남의 나라에서 갖은 설움과 차별을 겪은 동포들이 고국내 이주민 실상을 보고 오죽하면 “우리는 너무 편하게 살았다”라고 말했을까.
동포들이 호소한 국내 100만 이주민들의 처지는 참담하다. 특히 50만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은 폭행과 저임금, 살인적인 노동, 임금체불을 다반사로 겪는다. 강제단속과 추방 속에 ‘코리안 드림’이 여지없이 짓밟히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권이 깡그리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과연 ‘최소한의 인권조차 존재하는가’란 의심마저 든다. 근년 들어 시민사회가 나서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하나, 갈 길은 너무나 멀다.
눈길을 끄는 건 재독동포들의 이주민 정책 건의다. ‘한국정부에 드리는 공동건의문’에서 이들은 먼저 “모든 이주민들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주민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주민들에게도 우리 국민과 똑같이 보편적 권리를 인정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은 특히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현행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제한’ 조항을 문제삼고 개선을 촉구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한 이 조항은 이주노동자에게 족쇄였다. 일부 사업주들이 노동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해도 제대로 항변할 수조차 없었던 건 이 탓이 크다. 이들은 또, 최장 체류기간을 3년으로 둔 것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정책으로 말미암아 불법체류자가 됐다.
재독동포들은 궁극적으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장기취업과 정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밖에도 이주 아동의 양육과 교육권 보장,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난민기구 설립 등을 제안했다. 이주노동자의 처지는 실상 우리 사회 인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정부는 이런 인식 아래 재독동포들의 건의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용할 건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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