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6 18:15
수정 : 2007.11.06 23:06
사설
전군표 국세청장이 어제 검찰에 구속됐다.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한테 인사청탁과 함께 현금 5천만원과 미국돈 1만달러를 받은 혐의다. 영장전담판사는 이병대 부산국세청장을 정씨에게 보내 뇌물 사용처를 진술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사실도 인정했다. 세무행정의 최고책임자인 국세청장이 현직에 있으면서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하직원들에게 두루 치욕을 안겼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청장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버틴 것도 조직을 등에 업으려 한 것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공직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부패 고리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뇌물을 건넨 건설업자를 부산청장에게 연결시켜 준 이는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검찰이 밝힌바, 부산청장은 건설업자한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고, 절반 이상의 돈을 전 청장에게 건넸다. 인사에서 우대받으려고 부하직원이 인사권자에게 돈을 건네는 관행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국세청에서는 큰 행사가 있거나 청장이 외국출장을 갈 때 돈을 모아 주는 관행이 있을 뿐, 뇌물은 아니라는 항변도 있었다. 그러나 서류 봉투에 1만원권을 가득 넣어 서류처럼 보이게 해서 줬다면 떳떳한 돈일 리가 없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나,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전 청장의 비리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뇌물을 받고 세금을 깎아줘도 적발이 쉽지 않기에 세무 공무원은 비리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그런 까닭에 국세청의 고위간부들은 부하직원들을 더 잘 단속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잊을 만하면 국세청 간부의 뇌물 비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처벌을 가볍게 한 데도 원인이 있다.
세무비리는 세무 행정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국민의 조세 저항을 키운다. 나라살림의 기둥을 흔드는 짓이다. 최근 삼성 비자금 조성 관련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500만~1천만원의 떡값을 정기적으로 건넸고, 국세청 관리들한테 건넨 떡값은 단위가 더 컸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거짓같지 않으니 걱정스럽다. 새로 임명되는 국세청장은 환골탈태라고 인정받을 만한 자정에 나서야 한다. 비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을지라도, 비리와 연결될 소지가 있는 그릇된 관행까지 이번 기회에 대수술을 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