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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7 18:05 수정 : 2007.11.08 00:38

사설

삼성이 임직원 이름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돈으로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배당을 못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애초 김용철 변호사가 이런 의혹을 폭로하자 정식 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그제 정식으로 고발을 하니, “떡값을 줬다는 검사의 명단을 내놓지 않으면 사건을 배당하기 어렵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검찰의 고민도 이해할 구석은 있다. 뒷날 수사를 맡은 검사나 지휘부가 떡값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면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믿어주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검찰 스스로 풀어야 할 일이지, 법에 규정된 검찰의 직무를 저버릴 합당한 이유가 못된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고발 내용은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줬다는 것만이 아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불법·편법으로 이재용씨 재산을 부풀려준 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재용씨에 넘긴 사건에 대한 증거 조작 등 중대 범죄 의혹이 여러 건이다. 검찰은 증거가 훼손되기 전에, 범죄 혐의가 짙은 사안부터 서둘러 수사에 나서야 마땅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될 때 검사는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떡값 검사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조건을 달아 검찰이 사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법을 어기는 행위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현직 검찰 최고위층에도 떡값을 건넸다는 김 변호사의 증언이 사실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높아, 특별검사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특별검사는 임명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때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제도다. 우선은 검찰에 맡기는 게 옳다.

검찰은 ‘조직의 명예를 걸고’ 수사팀을 꾸려 즉시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 자체 판단으로도 믿을 만한 검사가 그렇게 없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어느 검사가 깨끗하지 못한 돈을 삼성한테 받았는지도 결국 검찰 스스로 밝혀내야 할 몫이다. 고발인들도 떡값 받은 검사의 명단을 검찰 감찰부에 내,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게 돕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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