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7 18:05
수정 : 2007.11.07 18:05
사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끝내 세번째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를 놓고선 정치적 이해에 따른 만류 말고도, 정당정치의 위기를 걱정한 많은 이들의 간곡한 반대가 있었다. 이를 외면하고 출마를 강행했으니 안타깝다.
이 전 총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법과 원칙에 걸맞은 후보가 아닌데다 대북관도 모호한 탓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정권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의 그런 문제에 대한 해법이 왜 꼭 자신의 출마여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했을 뿐이다. 듣기 안쓰러운 강변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전 총재 자신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정치인이다. 그가 검찰 조사를 받고 대국민 사과까지 한 대선자금 ‘차떼기’는 말 그대로 법을 어긴 것이었다. 이제 와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한 것은 원칙 없는 행동이다.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그가 뒤늦게 경선으로 뽑힌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따로 출마하는 것 역시 원칙에 맞는 행동일 수 없다.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에게서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나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정신과 용기”를 찾지 못하고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될 위기를 느꼈다면, 당원으로서 마땅히 당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국민이나 당원들이 보기에 그런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이 후보의 여러 문제는 결코 이 전 총재 출마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북관을 문제삼은 것도 어색하다. 두 사람의 대북관에는 본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를 문제삼는 것은, 대선 출마를 위한 핑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행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는 퇴행이 된다.
그가 “정권교체의 대의”를 강조하면서 중도 포기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을 미리 열어둔 것은, 이런 옹색한 처지를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진취적인 판결로 법조를 이끌었던 그의 면모는 두 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이미 퇴색했다. 끝내 집착을 버리지 못한 이번 출마는, 그의 말마따나 “평생을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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