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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8 18:37 수정 : 2007.11.08 19:40

사설

임직원 이름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데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업무상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윤리규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삼성이 권력기관과 연결된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적잖이 나왔다. 검찰은 고발을 받고도 내부 사정을 이유로 사건 배당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변협 지도부라면 먼저 검찰을 향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범죄에 자신이 가담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다. 기꺼이 형사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변협의 징계 여부는 김 변호사에게는 겁나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변협이 검찰 수사도 시작되기 전에 징계부터 거론한 것은, 핵심은 제쳐두고 곁가지를 쟁점으로 만들자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회원 윤리에 대해 변협이 보여 온 그동안의 태도에 비춰봐도 징계 검토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다 수임료를 받은 회원들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일삼은 변협이 내부고발자에 대해 새삼 엄격한 윤리를 거론한 것은 손가락질받을 일이다.

김 변호사가 윤리규칙을 위반했는지도 의문이다.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단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삼성의 임원이었을 뿐이다. 삼성의 의뢰로 변호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폭로한 게 아니다. 따라서 ‘비밀 유지’ 규칙을 어긴 게 아니라는 의견이 변협 안에서도 적지 않다. 게다가 규칙의 단서 조항은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변협은 외부에서 김 변호사가 윤리 규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와도, 오히려 그를 보호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에선 여러 법령으로 변호사의 활동을 보장하고, 변협에도 여러 권한을 주고 있다. 변호사가 단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변호사 윤리강령 제1조는 “변호사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고 했다. 또 변호사 윤리규칙 1조는 “변호사는 정의와 자유를 사랑하며, 진리를 추구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정진하여야 한다”고 했다. 변협은 핵심을 바로 보고, 본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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