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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9 18:37 수정 : 2007.11.09 18:37

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어제부터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내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날 그의 선택이 섣부른 정치공학적 계산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이 후보에게 가장 큰 문제는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등 온갖 의혹들이다. 정치 상황의 변화는 그 결과라고 봐야 한다. 특히 비비케이 의혹은 그동안의 여러 증거들로 볼 때, 이 후보가 관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사람들이 달리 대안이 없다고 봤기 때문일 수 있다. 이 전 총재가 보수세력의 대안을 자처하며 출마한 지금에 이르러선 상황이 달라졌다. 모르쇠가 그대로 통할 수 없게 됐다.

따지고 보면 박 전 대표의 침묵이나 이 전 총재 출마도 이 후보가 의혹을 말끔히 씻지 못한 탓이다. 비비케이 의혹이 사실이면 이 후보는 나라를 맡아선 안 될 범죄자다. 원칙을 중시한다는 박 전 대표로선 정치적 약속과 질서를 무너뜨린 이 전 총재를 지지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의혹을 벗지 못한 이 후보에게 경선 승복 이상의 지지를 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전 총재 지지율이 만만찮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런 마당에 이 후보 쪽의 이방호 당 사무총장이 비비케이 의혹의 김경준씨 송환을 앞두고 “민란” 운운하며 강경 대응을 내비친 것은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협박으로 들린다. 그보다는 진지하게 해명하는 게 더 낫다.

이 후보가 그제 재향군인회 강연 등에서 이 전 총재와 ‘보수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보기에 딱하다. 이 후보의 지지자 상당수는 그에게서 중도·실용의 정치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념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 후보가 이를 잊고 오른쪽으로 기운다면 본인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념 논란과 색깔 공세가 횡행하던 구시대로 정치를 퇴행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 후보는 그보다는 정책을 가다듬고 구체화해 유권자 앞에 내놓는 데 힘써야 한다.

이 후보가 그동안 부족했던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이런 바탕 위에서야 가능하다. 지금은 억지스런 주장이나 공허한 구호 대신 진솔한 설명과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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