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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1 18:35 수정 : 2007.11.11 18:35

사설

김포외국어고등학교 입시 문제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그제 시험지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교 쪽 입시 담당자가 시험 전날 80문제 중 절반 가량을 전자우편으로 입시학원 쪽에 넘겼다는 것이다. 합격자 가운데 이 학원 수강생이 40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수사 결과 따라 재시험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

어쩌다가 고교 입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빗나간 한 교사와 학원 원장의 잘못으로만 돌리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 시험문제 관리부터 허점투성이였다. 입시 책임자가 시험지를 컴퓨터로 내려받는 과정에서 문제를 손쉽게 빼돌렸고, 시험지를 인쇄한 다른 교사들도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교사는 학원 쪽과 수시로 접촉해 왔다. 언제든 시험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포외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특목고 교사들이 유명 학원 입시 설명회에 공공연히 참석하고 있으며, 학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목고 합격률 높이기에 매달려 왔다. 다른 특목고들에서 비슷한 문제 유출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특목고의 입시 과열이다. 특목고가 본디 취지에서 벗어나 명문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지는 이미 오래다. 외고 안에 편법으로 이과반이나 의대반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특목고 출신들이 명문대 입시를 휩쓸고, 특목고 입시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어떻게든 특목고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3 학생들이 쪽집게 학원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불과 몇 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어떻게 그런 학원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특목고 입시 과열이 빚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단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시험문제나 시험지 유출이 재발되지 않도록 입시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교육 열풍을 불러오는 특목고 제도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특목고 대책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흐릿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리 관리가 철저해도 입시가 과열되면 제2, 3의 김포외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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