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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1 18:35 수정 : 2007.11.11 18:35

사설

정일권 국가보훈처 차장이 자격을 허위로 꾸며 국가유공자가 된 뒤, 이를 이용해 자녀들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받는 등 각종 혜택을 본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더욱이 감사원이 들춘 내용을 보면, 한 나라의 차관급이나 되는 공무원이 벌인 비위치고는 치졸하기 짝이 없다.

국가유공자는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이들이다. 그런 만큼 관련 법은 그들과 가족에게 정부가 보상금, 일자리 및 자녀학자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다. 누구보다 이런 취지를 잘 알고 있을 정 차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느라 이 제도를 유린했다. 2004년 6월, 그는 자신의 허리 디스크가 공무중에 일어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보훈처로부터 유공자 자격을 얻어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그는 이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직책인 보훈관리국장이었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그는 이 ‘가짜 유공자’를 근거로 아들과 딸의 학자금 전액을 나라에서 지원받았으며, 뒤에는 자녀들을 전형절차 없이 각기 공기업과 보증보험회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비위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정 차장을 곧바로 해임했다. 감사원은 이달 중 정 차장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고, 자녀들의 입사도 무효로 처리하도록 보훈처 등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조처다. 하지만 정부 조처가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고위공직자의 단순 비리로만 볼 수는 없다. 핵심은 어떻게 정 차장이 일반인들에겐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공자 장애심사 과정을 그리 가볍게 통과했느냐는 점이다. 따라서 당시 심사과정을 낱낱이 짚어봐야 하며, 이 과정에 관련된 책임자들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보훈처는 또한 선정심사 과정이나 제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 차장 선정 당시에는 심사위원 넷이 모두 보훈처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후 지난 6월 다른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구성이 다양해졌다고는 하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다른 허점이 없는지를 되짚고, 보완할 건 보완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 차장의 비위로 모욕당한 진짜 유공자들을 위로하고, 보훈처와 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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