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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1 18:36 수정 : 2007.11.11 18:36

사설

지난 금요일부터 공식 일정을 중단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요동치는 선거전 상황에서 이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방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회견 내용은 실망스럽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명분도 없고 절차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크게 잠식한 것은 이 후보 자신 탓이 크다. 그의 정치적 리더십과 온갖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이 전 총재 지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숙고에 들어간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전향적인 전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먼저 이 후보는 각종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는 대신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깎아내렸다. 심지어 비비케이(BBK)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치공작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려는 불순한 기도”라는 표현까지 썼다. “국민의 힘으로 지켜주실 것으로 확신한다”는 그의 발언은 이방호 당 사무총장이 며칠 전 ‘민란’을 들먹인 것과 맥락이 통한다.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사안을 두고 국민을 끌어들여 협박하는 이런 태도는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김경준씨가 곧 귀국하면 어차피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 쪽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그런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야 했다.

당내 분란에 대처하는 방식도 믿음을 주기엔 미흡하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치적 파트너로서, 소중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하는 데 왜 몇 달이나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간의 당 분열은 이 후보의 독주에서 비롯됐다. 당 통합을 소홀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는 국민통합을 위한 지도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당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엊그제엔 이 후보가 자신의 건물 관리회사에 딸과 아들이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다달이 월급을 타게 한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대통령 후보로서 치명적 흠결은 아닐지 몰라도 도덕성과 관련한 그의 평소 행태를 짐작게 한다. 어제 회견은 그가 도덕성뿐만 아니라 위기 대응 능력에서도 취약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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