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1.14 19:10 수정 : 2007.11.14 19:10

사설

유명 특목고 입시학원들은 연말이면 그해의 적중률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학원에서 냈던 문제와 특목고 입시 문제를 비교해 똑같은 문제, 혹은 비슷한 구조와 유형의 문제를 가려내 자랑하는 것이다. 대개는 학생 유인용 과장선전으로 여기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학원이 낸 문제 중에는 비슷한 유형은 비일비재하고, 지문과 보기까지 같은 경우도 있다. 이런 신통한 일은 김포외고와 종로엠학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더 유명한 학원일수록 족집게의 신통력은 더 뛰어나다.

물론 출제자가 학원에서 낸 문제를 베낀 경우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건 출제자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니, 일반적인 경우라고는 할 수 없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문제가 유출되는 것으로 보는 게 온당하다. 실제로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어떤 외고를 가려면 어느 학원엘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특히 신생 학교일수록 심하다. 학교로서는 지원 학생을 늘리고 경쟁률을 올려 학교의 명성을 손쉽게 높일 수 있고, 학원은 특목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해 수강생을 늘릴 수 있으니 의기투합하기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이번 입시문제 유출사건을 특정 학원장과 특정 학교 입시담당자 사이의 문제로 국한시켜선 안 된다. 특목고와 입시학원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부패구조의 일부가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세상이 주목하자마자, 새로운 비위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 좋은 증거다. 얼마나 썩었으면 유명 학원 강사가 양심고백을 하는 등, 학원가에서마저 이참에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어제 김신일 교육부 장관이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철저한 수사와 함께 ‘신속한 마무리’를 당부했다고 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동요를 걱정한 까닭이겠지만, ‘신속한 마무리’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의혹이 제기된 모든 특목고로 수사를 확대해, 입시부정의 뿌리를 파내야 한다. 어설프게 끝냈다가는, 입시학원의 신통력만 홍보해줄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특목고가 우리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교육을 얼마나 황폐화하는지 잘 보여줬다. 다음 정부로 미룬 특목고 혁신 작업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대학의 책임도 무겁다. 유명 대학이 특목고 출신을 우대하는 한, 특목고에 보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런 범죄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