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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5 19:03 수정 : 2007.11.15 19:03

사설

죽음은 줄줄이 발생하는데 원인은 모른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국내의 한 회사에서 발생해 관련기관이 진상규명 중이다.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연쇄 돌연사 사건’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직원 8명이 심장질환과 폐암으로 사망하는 등 1년 6개월 사이에 이 회사에서는 모두 15명의 직원이 갑작스레 숨졌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무엇이 이들을 죽음의 터널로 몰아갔나.

회사나 노조, 노동부의 지시에 따라 역학조사에 나선 산업안전공단 등 어느 곳도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와 공단이 가장 주력해야 할 건 당연히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내는 일이다. 특히 유족들이 제기한 솔벤트와 사망원인의 연관성을 밝혀야 한다. 솔벤트는 휘발성이 강해서 호흡기를 통해 혈관에 쉽게 유입된다. 심장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이다. 유족들은 그동안 “과도한 업무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와 타이어 접착이나 세척에 사용되는 솔벤트”를 사망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4일 방송된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의 실험에서도 이 회사 공장에서 쓰는 솔벤트를 흡입한 쥐의 뇌·심장근육 이상지수는 보통 쥐의 최대 7배나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현재 사용 중인 솔벤트에선 자극성 물질인 톨루엔, 크실렌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안전장치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전장치도 있다고는 하나, 작업시 실제 사용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흔히 장치를 갖추고도 귀찮다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자신들이 지정한 의료진을 역학조사팀에 넣어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와 공단은 일단 거부했다. 그러나 적어도 유족 쪽 참관단이 조사팀에 합류해 조사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조사결과를 놓고 또다른 무익한 공방이 벌어지지 않는다. 노동부와 공단 등은 “진작 조사에 나섰더라면 15명이나 죽지 않았을 텐데”라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회사 쪽도 ‘죽음의 작업장’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참에 타이어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다른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벌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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