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6 18:40
수정 : 2007.11.16 18:40
사설
어제까지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 남북 총리회담의 분위기는 과거 어느 회담보다 좋았다. ‘2007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계획을 짜는 것이어서 큰 쟁점이 없었던데다 북쪽 태도도 유연했다. 그 결과 양쪽은 49항에 이르는 내실 있는 합의서를 내놨다. 남북은 이제 본격적인 정상선언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남북은 총리회담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 공동위원회 개최를 6개월 단위로 정례화하고, 장관급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추진위원회를 분기마다 열기로 했다. 곧 열릴 국방장관 회담과 새로 합의한 장관급 남북사회문화협력 추진위원회를 포함해 다양한 고위 협의체들이 정상선언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천을 이끄는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런 틀짜기 외에 여러 분야에서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의 진전이다. 곧 시작될 남쪽 문산역과 북쪽 개성 봉동역 사이의 철도화물 수송과 인터넷 및 유·무선 전화 서비스 등은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조선 협력단지 건설 등은 물류 개선과 남북 경제 통합의 토대가 될 것이다.
북쪽 대표단이 이번 회담에서 보인 실용적 태도는 북한이 최근 경제외교를 대폭 강화하고 핵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에 적극 협력하는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한다. 핵문제 해결을 내다보며 정책의 중심을 경제 쪽으로 확실하게 옮기고 있는 것이다. 북쪽 당국이 체제 동요를 우려해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런 방향이다. 이번 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 역시 개혁·개방의 일부다. 지금 북쪽이 해야 할 일은 이런 흐름이 순조롭게 정착해 성과를 내도록 군사·정치 분야에서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첫번째 시금석이 국방장관 회담이다. 남북은 이 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 설치와 열차 운행 등에 필수적인 군사 보장은 물론이고 군사적 신뢰 증진을 위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한 연구는 남북 정상선언 이행을 통해 남쪽이 얻는 경제효과가 투자액의 최대 3.7배인 382억6천만~579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경협 강화가 바로 남북 상생의 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남북의 분명한 의지와 적극적 실천을 전제로 한다. 합의서 내용만큼이나 책임 있는 이행이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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