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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6 18:41 수정 : 2007.11.16 18:41

사설

어제 경기도 교육청이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 종합대책을 내놨다. 유출된 시험문제를 봤다고 추정되는 학생들의 합격을 취소하고, 취소된 인원만큼 뽑는 재시험을 치르고, 학교에 대해서도 정원감축 등의 제재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안이하기 짝이 없는 대책이다. 징벌 효과도 거두기 힘들 뿐 아니라, 그 적법성과 정당성도 문제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수험생이 아니라 학교 교사와 사설학원 원장이 손잡고 저지른 일이다. 학생들이 이로 말미암아 혜택을 봤을지 모르나, 이들에게 범의는 물론 과실도 없었다. 버스 기사가 교통사고를 낸데 대해, 운전기사는 물론 승객에게도 민형사상 공동 책임을 묻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게다가 일부 학생은 잠을 자느라 문제지를 읽어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단지 학원 버스에 탔다는 이유로, 시험의 공정성을 해쳤다며 일괄 징계를 내릴 권리나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과 교육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학생들은 당연히 법에 호소해 권리를 구제받으려 할 것이고, 구제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경기도 교육청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적인 처사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사민들로부터 질책을 당하더라도, 엄정하게 옳고 그름을 따져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게 도리였다. 그러나 오로지 신속하게 사건을 미봉하려, 비겁하게도 가장 덜 부담스런 학원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로 말미암아 사건의 근본원인이 은폐될 수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이번 사건은 외국어고 입시과열에서 비롯됐다. 외고 대비 사교육 열풍이 초등학교까지 번지고, 학원들은 학생을 끌고자 온갖 편법·불법을 저질러 왔다. 이런 현상이 가장 심했던 곳이 경기도였다. 경기도 교육청은 관내에 특목고가 이미 열두 곳이나 있는데도, 다섯 곳을 더 신설할 계획 아래 교육부를 채근해 왔다. 그 맨 앞에는, 차이와 능력에 따른 교육을 강조해 온 교육감이 있다.

따라서 경기도 교육감은 누구보다 엄중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외고 지정 취소 등의 강력한 징계로 재발을 막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도 정원감축 등 솜방망이 징계나 검토하는 것도 그의 존재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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