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8 19:29
수정 : 2007.11.18 19:29
사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정시 일반전형에서 학생부 1~4등급에 대해 사실상 ‘동점’에 해당하는 유명무실한 점수차를 두기로 했다고 한다. 행·재정적 제재 등을 앞세운 교육부의 5개월여에 걸친 요구에 따라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30% 정도로 높이겠다고 했던 약속을 간단히 백지화했다. 지난 6월 서울의 사립대 7곳은 내신 1~4등급에 만점을 주겠다고 잇달아 발표했고, 이로써 교육부와 ‘내신 전쟁’이 촉발됐었다. 비록 떠밀려 한 약속이라고는 하나 수험생과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나 다를 바 없다.
교육기관의 대국민 사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학교 교육의 황폐화다. 서울대를 비롯해 지방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내신 반영률을 높이긴 했지만, 대입전형 방향은 사실 이들 사립대가 주도해 왔다. 각 대학이 두기로 한 1~4등급 점수차는 고려대 2점, 성균관대 2점, 연세대 1.5점, 이화여대 2.3점이다. 내신 이외에 수능·논술 등 다른 전형요소를 포함한 총점은 1천점이다. 있으나 마나 한 점수차인 것이다. 반면 수능에 대해선, 언어·수리·외국어·사회탐구 등 모든 분야에서 등급간 4~8점의 큰 점수차를 뒀다. 수능 상위 등급은 시험문제 한 항목을 맞히느냐 틀리느냐에 좌우된다. 학생들로선 시험·출결석·봉사활동 등 학교생활에 신경 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3년간의 학교생활이 대학입시에서 수능시험 한 문제의 영향력만도 못한데 누가 학교생활에 매달릴 것인가. 누가 학생들더러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는가.
이런 전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특목고 출신을 배려하고자 함이다. 교육의 공공성이나 공교육 정상화는 애당초 이들의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사교육 창궐의 폐해, 사회적 약자나 빈곤계층 아이들 배려에 대한 고민 역시 잠꼬대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초·중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으로 무장한 특목고 출신이나 상위 계층 아이들을 많이 끌어들여 대학 서열을 굳히는 것뿐이다. 김포외고 사건도 따지고 보면 이들 대학과 무관하지 않다. 주요 대학이 특목고 출신을 우대한다니 특목고 입시 열풍이 거세지고, 그 속에서 사설학원과 특목고의 유착 및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러고도 고등교육기관을 자처할 순 없다. 더욱이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할 순 없다. 정부의 단호한 조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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