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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9 19:07 수정 : 2007.11.19 22:58

사설

노무현 정권 초기에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이용철 변호사가 2004년 초 삼성이 자신에게 현금 500만원을 건네주려고 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책으로 위장한 설 선물 안에 현금 100만원짜리 다섯 다발을 넣어 보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돈다발을 보냈던 쇼핑백과 발송의뢰서 등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삼성이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주요 관료에게, 그것도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게 직접 뭉칫돈을 건네려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2002년 대선 때 수백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변호사는 반부패제도 개혁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핵심이었다. 대담하고도 노골적인 수법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이런 로비를 할 정도면 다른 곳은 어떻겠는가. 거의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시도가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청와대 등 많은 권력기관을 상대로 수없이 많은 금품 공세가 있었다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쪽은 회사 차원에선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검찰 핵심 인물들을 상대로 명절마다 500만~2천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건넸다는 김용철 변호사(삼성 전 법무팀장)의 폭로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이제 돈을 줬다는 사람과 돈을 받았다는 사람 모두 나서 삼성이 불법적인 돈을 광범위하게 뿌렸다는 것을 증언했다. ‘회장 지시사항’ 문건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돈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급 포도주 등을 주라는 지시를 내렸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삼성은 이제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조성과 조직적 로비 의혹을 근거 없는 음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책임 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 사실 삼성 비자금 의혹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 충분히 드러났으나 이건희 회장 개인돈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삼성 엑스파일 수사도 지지부진하게 끝내 버렸다. 그동안 갖은 의혹 속에서도 삼성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한 로비 때문이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제라도 ‘삼성 공화국’의 실체를 정확히 파헤쳐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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