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9 19:08
수정 : 2007.11.19 19:08
사설
지난 10월부터 이달 말까지 86군데의 큰 병원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를 두고 잡음이 적잖다. 보건의료노조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내용을 보면, ‘의료기관 평가’가 도리어 평가받아야 할 판이다.
우선 평가 대상인 병원들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평가단이 오면 사전에 ‘교육해 둔 환자’에게 데리고 가거나, 중환자실의 낡은 침대를 평가기간에만 다른 곳에 빼돌렸다가 평가가 끝나는 즉시 원위치로 되돌리는 일 등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직원과 간병인을 환자 보호자로 둔갑시켜 평가단 질문에 유리한 답을 하도록 한 곳도 있으며, 불법행위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지역의 한 병원은 평가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평소 태만히 해 오던 환자 진료기록을 의료진을 동원해 한꺼번에 ‘깔끔하게 처리’하는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의무사항인 진료기록 사항을 뒤늦게 한꺼번에 적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다, 며칠 또는 몇 주 뒤에 기재했다고 하니 그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복지부는 당장 사실 확인에 나서야 하며, 확인되는 대로 관계법에 따라 엄중히 조처해야 한다.
걱정되는 대목은 이런 상황이 혹 평가 취지 자체를 부정하거나, 평가를 믿지 않는 여론을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의료기관 평가와 공개는 병원의 질을 높이고,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핵심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면 현정부의 의료기관 평가는 평가 주체와 방법 등 여러 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독립적인 평가 전담기구가 있어야 한다. 총괄은 복지부 의료정책팀이, 평가기준 연구는 의료기관평가위원회가, 현장평가는 각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로 꾸려진 실무 평가단이 제각기 맡는 현재 체계로는 제대로 된 평가와 피드백을 하기 어렵다. 평가방법과 관련해서도 한 달 전에 평가일정을 알리는 식도 있겠지만, 불시평가를 벌이는 방안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병원들의 인식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신뢰 잃은 평가는 고스란히 환자와 그 가족의 피해로 이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