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0 19:43
수정 : 2007.11.20 19:43
사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오늘로 10년이 됐다. 뿌리 깊은 관치금융과 무리한 과잉투자가 빚은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은행과 종금사 등 부실 금융회사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으며, 대우·쌍용·진로 등 재벌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경제주권을 국제통화기금에 내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은 크게 강화됐다. 당시 200억달러도 되지 않았던 가용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제지표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지고, 삼성전자·현대차 등 몇몇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정보기술(IT)·조선 등 분야에서의 성공은 눈부실 정도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굳건한 반석 위에 올라섰는지는 의문이다. 올해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우리 금융시장이 수시로 요동치고 있다. 중국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언제 또다시 충격파가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계 부채로 말미암은 은행 부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내실이 튼튼해졌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커졌고, 대외 환경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그대로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표되는 사회 양극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환위기 이후 4~5%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해 왔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줄고 있다. 대기업만 잘나갈 뿐 정작 고용 창출의 핵심인 중소기업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들 역시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다. 대형마트 등에 밀려 문닫는 곳이 속출한다. 이러다 보니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해지고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상황이다.
지표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낙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새로운 10년을 설계하려면 이런 내적·외적 불안 요인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사회 양극화를 방치하면 정치적·사회적 불안 요인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외환위기가 남긴 상처를 제대로 치유해야 또다른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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