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1 19:11
수정 : 2007.11.21 19:11
사설
지난 3분기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5만여원이었다. 사교육비를 별도 항목으로 처음 조사했던 2003년의 3분기와 견주면 32.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시가구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18% 남짓이었으니, 사교육비의 가파른 증가세를 알 만하다. 조사 대상엔 사교육비 지출이 별로 많지 않은 부부 가구, 영유아 가구 혹은 노인 부부 가구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수험생을 둔 가구만 따로 조사한다면 사교육비 규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늘 것이다. 게다가 상위 20% 가구의 사교육비는 하위 20% 가구보다 무려 5~6배나 더 많았다. 계층간 교육 양극화까지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른바 유명 대학 진학이 사교육으로 좌우되는 까닭이다. 수도권의 이른바 주요 대학들은 고교 사이 격차가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이뤄진 평가를 무시하는 입학전형을 고집해 왔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낮췄고, 이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수학능력시험 성적의 반영 비중을 높였다. 학교간 실력차를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서울의 일부 부유층 밀집지역 학교 출신과,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특수목적고 출신을 우대하려는 것임은 대개 다 아는 사실이다. 특목고 우대는 또다른 사교육 시장을 창출하고 팽창시켰다.
수능 등급제가 처음 시행되는 올해 이들이 내놓은 방식은 더욱 교묘하다. 1~4등급 사이 점수차를 유명무실하게 해 내신의 영향력을 무력화한 것은 차치하자. 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은 고교 3년 동안 배운 120여 과목 가운데 네 교과 영역별로 성적이 가장 좋은 일부 교과목만 등급 산정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영향력이 없는데, 고교 3년간 몇몇 과목만 잘하면 된다고 하니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 수능과 논술 대비만 하면 된다. 거기에 필요한 사교육을 감당 못하는 아이들은 하나둘 탈락한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은 원활한 계층 이동과 사회 통합의 기본조건이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는 미국 정부도 다른 건 몰라도 교육기회의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한다. 물론 정부가 대학을 윽박지르는 건 좋지 않다. 재정 지원 등 공적 자원의 배분을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교육 공공성을 외면하는 대학에 공적 자원을 배분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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