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1 19:12
수정 : 2007.11.21 19:12
사설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그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찬성 97, 반대 23,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최근 몇 해 동안 유엔에서 채택된 여섯 번째 북한 인권결의안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던 우리나라는 이번에 기권했다.
청와대 쪽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진전되는 남북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고심 끝에 기권했다는 얘기다. 일리가 없진 않지만, 북한 인권 상황에 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한 해 만에 태도를 다시 바꾼 것은 다분히 편의주의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했을 때도 인권 문제 자체보다는 북한 핵실험과 한국의 유엔 사무총장 배출이라는 상황 논리를 앞세웠다. 결의안에 대한 태도를 남북관계 수준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남북관계가 좋은 때여서 조심해야 한다면, 지난해처럼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야 결의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바뀌는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일관성 있게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아쉽다.
북한이 항변하듯이, 국제사회가 제기하는 인권 문제 가운데는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내용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강대국들이 정치·외교적 목표를 이루려고 인권 문제를 나라별로 선택해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이 심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이 이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수용하는 등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지금 북한이 금융·경제 측면에서 시도하는 국제사회 편입을 원활하게 뒷받침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대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등 북한 나름의 인권 개선 노력이 국제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네 가지 원칙을 얘기해 왔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 나라별 특수성 인정, 남북 긴장 완화에 따른 북한 인권의 점진적·실질적 개선, 남북관계에 미치는 악영향 최소화가 그것이다. 냉전 구조가 온존된 상태에서 이들 원칙은 상당한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어떤 원칙이든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노력과 연계돼야 한다. 이제 남북 당국 사이 인권 대화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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