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2 19:34
수정 : 2007.11.22 19:34
사설
정부가 어제 남북관계의 목표와 원칙, 사업 방향 등을 담은 ‘제1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발효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시행 연도는 내년부터 2012년까지다. 이번 계획은 정권 차원을 넘어 중장기 대북 정책 기조를 객관화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기본계획은 ‘남북 공동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장기 비전을 전제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간 화해협력의 제도화’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최근 정세에 맞고 미래지향적이다. 세부 내용 가운데는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대표부를 설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경제협력 진전에 맞춰 경협대표부와 경협거점 지역사무소를 먼저 설치한 뒤 상주대표부로 격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기반 조성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기본계획이 잘 시행되면 남북은 몇 해 안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더불어 경제공동체 초기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남북의 존재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 보수세력이 주장하듯이 핵 폐기를 남북관계 진전의 선행 조건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이 주도권을 잃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어 핵 폐기조차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의 틀은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과 총리회담 합의서 내용과 궤를 같이하며, 국민의 절대 다수는 두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왜 임기 말에 이런 중장기 계획을 내놨느냐고 비판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두 회담의 성과를 발전시켜 구체화하는 것은 임기와 상관 없이 해야 할 일이다. 내년 초에 들어설 새 정부도 다르지 않다.
남북관계는 초당적 협력 아래 일관되게 추진돼야 하지만 이제까지는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선거 때는 대북정책 차이가 상대를 공격하는 핵심 무기가 되곤 했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선 그 정도는 아니다. 6자 회담 진전과 ‘2007 남북 공동선언’이라는 분명한 성과가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기본계획이 안정적 대북정책 추진을 위한 초당적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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