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 후보 등록을 마감으로 17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유권자들은 24일 뒤 앞으로 5년 우리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어느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지 않겠는가마는, 정부 수립 60년을 앞둔 이번 선거는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대오를 정비해 미래로 전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시점에서 새 대통령이 담지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둘로 압축할 수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증진이 그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 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의 양극화라는 부산물을 낳았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체질이 강화돼 성장을 구가했지만, 그 파이는 골고루 나눠지지 못했다. 경쟁에 밀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에서 허덕이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노동자들의 삶 역시 피폐해졌다. 그 결과 중산층은 몰락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안전망을 좀더 촘촘하게 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찾아내는 일이다. 새로운 경제환경 조성에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정세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새해는 한반도가 대결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시점이다. 6자 회담은 단순히 북한의 핵폐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회담의 또다른 최종 목표인 북-미 관계 정상화는 한국전쟁을 종결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동북아 평화구도의 바탕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을 적대시해온 미국과 일본의 태도 전환과 북한의 변화의지 등 한반도 주변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 이런 때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해 우리의 운명과 번영을 좌우할 일에 우리 스스로를 방관자나 방해꾼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품격과 도덕성은 지도자의 요건 선거의 중요성을 마음에 담고 현재 대선판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중차대한 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물론, 초보적인 정책토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아서다. 이 후보의 도덕성 논란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스페어 후보’의 등장까지 불러왔다. 그렇다고 이른바 범여권 후보들이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선거날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유권자들이 선택의 갈피를 못 잡는 까닭이다. 그러나 선택이 어렵다고 원칙이나 선거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대통령은 국가의 장래는 물론 우리 자신의 미래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택의 첫째 기준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여야 한다. 나 자신의 삶과 자손들에게 물려줄 이 나라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보고 그에 가장 근접한 비전과 그를 실현할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또 하나 명심할 대목은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란 점이다. 국가 지도자에게는 실무능력이나 추진력뿐 아니라 품격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도덕성과 품격을 잃은 지도자는 사회의 원칙과 기강을 세울 수 없다.군부독재와 외환위기를 극복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해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발휘해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다시 한번 선거혁명을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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