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 판단과 선택 ① 경제
대통령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경제다. 우리는 최근 4~5%의 꾸준한 성장을 해왔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70년대식 성장론으론 안 된다
우리 경제는 쉬지 않고 성장을 위해 달려왔다.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6~8% 경제성장을 약속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감세와 대운하 건설을 통한 7% 성장, 이회창 후보는 6% 성장과 10조원 감세론,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는 6% 성장과 10대 선진국 진입,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8% 성장과 일자리 500만개 창출을 내세운다.
하지만 6~8% 성장론의 현실성은 누구도 검증받지 못했다. 또 성장률이 높다고 저절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은 성장만 하면 저절로 국가경제가 살찌고 국민이 잘살게 된다는 1970~80년대식 경제개발론이 이제는 통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정보통신산업에서 10억원어치 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취업계수)는 95년 13.8명에서 3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런 현실에서 외형적인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수출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편중된 경제구조를 바꿔 고용을 창출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할 때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성장률이 매년 두자릿수에 이르지만 우리 경제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매출·수익·투자 등 모든 면에서 부진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고용규모는 1100만명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일자리가 늘고 청년실업이 줄어들며 건전한 중산층이 형성된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 내수시장이 커지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 그러려면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에 둬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성장동력 확충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나아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정의 확립이야말로 선진국 진입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재벌기업들은 아직도 총수 한 사람이 전권을 행사하는 황제경영에 젖어 있다.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를 하고,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며, 세금 없는 대물림을 위해 편법상속을 서슴지 않는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경영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도 혁신해야 한다. 대기업이 스스로 원가절감 노력은 하지 않고 임금이나 환율부담을 납품 중소기업에 전가하면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하지만 공정거래법 등 투명성 향상, 공정경쟁 촉진,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정부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는 쪽이 맞다. 금산분리 원칙 역시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 금융은 신용을 창출해 산업을 지원하고 또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당연히 산업자본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라의 경제질서가 무너진다. 특히 비자금과 분식회계 등으로 지탄을 받는 재벌기업들에 금융회사를 맡겨서는 안 된다. 금산분리 완화가 은행의 사금고화를 가져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몇몇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허울 좋은 고도성장론과 무차별적인 기업규제 완화 및 금산분리 완화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국토개발론 등에 찬성할 수 없다. 대기업만 살찌우는 고도성장보다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를 살리는 균형성장,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경제정의 확립이 시급하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새로운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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