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7 18:08
수정 : 2007.11.27 18:08
사설
2007 판단과 선택 ③ 교육
외환위기 이후 10년 국민의 관심사는 공적 영역에서 개인적 영역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정치나 경제살리기 등 공적인 관심은 급락했고, 재산 증식이나 자녀 교육 등 사적 관심은 급증했다. 한 민간기업이 조사·비교한 결과, 1998년과 2007년 사이 정치적 관심은 28.7%에서 13.8%로 떨어졌지만, 자녀 교육은 25.2%에서 43.3%로 높아졌다. 이 가운데 좋은 대학에 가려면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28.8%에서 47.2%로 늘었다.
사회 안전망도 부실한데,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민은 자력(돈)에 의지해야 했고, 성공과 돈벌이를 위해 학벌에 매달리게 됐다. 3분기 학력별 도시가구주 소득은 대졸의 경우 2003년보다 26.4% 늘었지만, 고졸은 19.9%, 중졸은 4% 증가에 그쳤다. 정규직 취업률은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이른바 명문대가 압도했다. 학벌의 힘은 그만큼 컸다.
그로 말미암아 사교육비 지출은 급격히 늘었다. 소득 혹은 소비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도시가구의 사교육비는 지난 3분기에 월평균 15만2천원으로, 2003년 3분기보다 32.7%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지출 중가율은 18.2%였다. 그에 따라 사교육 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상위 20%의 사교육비는 하위 20%보다 5.7배나 많았다. 소비지출 차이는 3.4배였다. 사교육이 주요 대학 진학을 좌우하고, 학벌이 취업과 소득을 좌우하며, 소득 격차는 다시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악순환의 가장 중요한 고리가 대학 입시다. 이른바 주요 대학은 수치화된 시험성적을 고집했다.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명분이다. 그러나 그런 수치엔 아이들의 창의력·잠재력·인성 평가가 담기지 않는다. 오로지 경제적 배경에 따른 문제풀이 격차만 반영된다. 이들이 모범으로 삼는 미국에서도 수치화된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곳은 없다. 이들이 수치를 고집하는 건 대학 서열화 때문이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은 사회로부터 우대받는 데 안주해 교육의 질 향상은 등한시한다. 이른바 주요 사립대 가운데 공인된 세계 대학순위에서 200위권에 든 곳은 없다. 반면 이들이 고집하는 입시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학교 교육을 황폐화했으며, 가정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교육 당국은 입시문제로 대학과 다투느라, 정작 중요한 교육의 질 높이기와 소외계층 교육복지 확대엔 신경쓰지 못했다.
이제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 사이에도 공감대는 이루어졌다. 사교육비 절감은 모든 후보가 내걸었다. 그러나 각 후보의 대안은 문제의식·타당성·현실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오히려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팽창시킬 우려가 있고, 정동영 후보는 문제의식은 옳지만 타당성이 떨어지며, 권영길 후보는 타당성은 인정되나 현실성이 의문시되며, 문국현 후보는 타당성·현실성은 인정되지만 디테일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교육시민 단체들의 연합체인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선택의 평가)
후보들의 공약은 발표됐다. 이제 유권자가 꼼꼼히 살피고 평가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입시의 질곡에서 해방시켜 공동체 통합과 안정, 도약을 이룰 수 있느냐는 유권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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