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2 18:06
수정 : 2007.12.02 19:45
사설
경기 파주 운정새도시 아파트가 대거 청약 미달됐다. 지난달 말 3순위까지 청약을 받았지만 열에 두 가구꼴로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대규모로 조성되는 새도시인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곳도 미분양됐으니, 전매기간이나 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가 한층 커질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수도권에선 그럴 때가 아니다.
건설업체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전에 운정새도시 청약 미달의 의미부터 곱씹어봐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 가구의 절반 가량은 아직 집이 없다. 수요가 모자라서 분양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운정새도시 아파트도 미달됐다는 건, 수요자들이 이제 값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운정보다 분양가가 싼 김포새도시와, 운정과 값은 비슷하지만 입지여건이 좋은 광교새도시가 내년에 분양될 예정이고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니, 수요자들이 무턱대고 분양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이다. 앞서 높은 분양가를 매겼던 서울과 수도권 일부 아파트들이 미분양됐던 것이 값 때문이었음을 더욱 분명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용인 흥덕지구에선 아파트 값이 낮게 책정되니 실수요자가 몰렸지 않았나.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 하니, 문제가 심각하긴 하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건설업체들이 분양되지 않을 곳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고가로 일단 분양시장에 내보내고 보는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게 주 원인이다. 실수요자들이 찾는 곳에 적정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지으면 왜 사지 않겠는가. 업체들은 규제를 탓할 때만 시장원리 운운하는데, 분양이 안 되면 값을 낮추는 게 바로 시장원리다.
수도권 부동산 규제를 풀자는 건, 투기 수요를 부추겨 고가 아파트도 팔게 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간신히 고삐가 잡혀가는 수도권 주택시장을 다시 흔들 생각이 아니라면 섣불리 부동산정책에 손대서는 안 된다. 건설업계보다 훨씬 중요한 쪽은 그간 속을 끓여온 수많은 집 없는 이들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최근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매긴 건설사가 미분양을 자초했다”며 “지방 미분양은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올바른 인식이다. 수도권에서는 특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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