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3 19:06
수정 : 2007.12.03 19:06
사설
대통령 선거일을 보름쯤 남겨두고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어제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가 이회창 무소속 후보로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고, 5년 전 대선에 나섰던 정몽준 무소속 의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태도를 바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하는 쪽으로 몸을 틀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 다른 한두 후보도 유력 후보와의 단일화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니, 대선 구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한 셈이다.
이런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애초 이번 대선에 열둘이나 되는 후보가 나온 것 자체가 정당 정치의 실종을 상징하는, 비정상적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주요 정당들이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대표성을 제대로 인정받았다면 지금처럼 비슷한 성향의 후보들이 여럿 나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게다. 단일화든 연대든 이런 노력이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지지와 연대, 단일화 선언을 기꺼운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연유가 또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인들만의 이합집산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정치세력 간의 단일화 협상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 지분 보장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결렬됐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비열한 흥정이다. 충청 출신인 이회창 후보와 역시 충청권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는 국민중심당이 내년 총선을 위한 신당을 만들 뜻을 밝힌 것도 마뜩지만은 않다. 자칫 퇴행적 지역주의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탓이다. 이런 식의 이합집산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회장이기도 한 정몽준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지지도 대표성을 지닌 세력의 결합이라기엔 어색하다. 내세운 명분보다는 차기 당권의 향배나 다음 대통령 선거의 구도가 더욱 관심을 모으는 연대라면, 선택을 앞둔 국민과는 무관한 정치인들만의 이해타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후보 단일화나 연대 논의가 지지율 저하 등 처지가 궁색해진 나머지 살길을 찾으려는 이들의 안간힘으로만 비칠 때도 유권자들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 그런 시도는 감동과 영향을 줄 수 없는 탓이다. 그보다는 서로 함께하는 가치와 비전을 국민 앞에 드러내 그에 대한 지지를 진솔하게 호소해야 한다. 지금은 진심만이 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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