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3 19:07
수정 : 2007.12.03 19:07
사설
농어촌 특별전형이 도입된 건 1996년이었다. 대학이 정원외 2% 안에서 농어촌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시 학생에 견줘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불리함을 보정하고, 자녀 교육으로 말미암은 이농을 막아, 농어촌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정원외 선발 규모가 2008년도 입시에선 4%까지로 늘었으니, 그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 제도로 말미암아 ‘돌아오는 농어촌’이 되었다고 환호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바로 이 제도 때문에 농어촌 학생의 한숨이 늘고 있다고 한다. 농어촌 특별전형을 노리고 위장전입을 하는 도시 학생들이 급증한 탓이다. 이들 학생은 농어촌 학생 몫 명문대 특별전형을 가로챈다. 개중에는 부모 차로 인근 대도시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이들 때문에 일부 토박이 학생은 다른 동네 학교로 밀려난다. 벼룩의 간을 빼먹을 일이다. 어떻게 부모들이 자식에게 약자의 몫을 가로채는 것부터 가르칠 수 있을까. 하긴 유력 대통령 후보가 자녀 교육 때문에 세 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세상이니 할 말도 없다.
그렇다고 학부모의 파렴치만 탓할 수는 없다. 세상에 국민의 도덕감정에 의지해 시행하는 제도는 없다.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제도적 허점 때문에 탈법·편법이 판을 친다면, 그런 제도는 오히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더 큰 책임은 정부의 무능에 있다. 게다가 이 제도가 시행된 뒤, 위장전입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정부가 늑장 대처한 결과 탈법과 편법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대학 지원단계에서 그런 위장 학생들을 배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런 종류의 특별전형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특별전형 대상자인 농어촌 학생, 전문(실업)계고 출신 이외에 저소득층 자녀와 다문화 가정 자녀 등 소외계층 출신 학생까지 포함시켜 정원외 11%까지 특별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이나 무이자 학자금 대출 등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린다고 한다. 파리떼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탈법·편법 예방대책이다. 위장된 농어촌 학생, 위장된 소외층 출신 등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래야 제도의 취지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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