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4 19:19
수정 : 2007.12.04 19:24
사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피사)에서 11위로 떨어진 한국 학생의 과학 실력을 놓고 비평준화론자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2000년 1위, 2003년 4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평준화 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선동으론 유효할지 몰라도 실제와는 거리가 먼 억지다.
평준화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한 대한 분석은 이미 나왔다. 2003년 한국이 종합 2위를 한 것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에선,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함께 공부하게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실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의 평준화 정책은, 특목고를 허용하는 한국과 달리 철저하다. 반면 명문 사립고 중심의 미국이나 영국의 학업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 이하였다.
굳이 과학 실력 저하 원인을 따진다면, 7차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꼽을 수 있겠다. 2002년부터 시행된 7차 교육과정에선 과학 교과 내용과 수업시간을 30% 가량 줄였다. 대학들은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입시에서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으로 돌리고, 이공계에서조차 과학2(심화 과목)를 반영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이 대학 진학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까.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학업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등이 그것이다. 학업성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려면 흥미와 자신감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이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수학의 경우 2003년 조사에서 3위를 했지만, 흥미를 느끼는 학생은 29%(평균 31%), 자신감이 없는 학생은 62%(42%), 점수 때문에 걱정인 학생은 78%(48%)였다. 2006년 중상위권인 과학의 경우, 흥미와 동기는 물론 과학에 대한 인식 정도나 자아개념에서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경쟁지상주의 교육 때문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중고교에선 우수하지만 대학만 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핀란드에선 학습과정에서 경쟁을 최대한 억제한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창의성을 억제하고 흥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신 학습동기를 높이고,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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