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4 19:24
수정 : 2007.12.04 19:24
사설
석면에 노출돼 악성중피종으로 숨진 노동자 유가족에게 석면제조 회사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석면 피해와 관련한 산업재해 판결은 있었지만 손해배상 판결은 처음이다.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될 석면 피해자들이 제대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계기가 되기 바란다.
석면이 악성중피종과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많은 나라들이 제조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수입·제조·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뒤늦은 조처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는 석면 자재들이 널려 있다. 학교·공공청사 등 대부분의 건축물에 석면이 단열재로 들어가 있으며, 농가 슬레이트, 자동차 브레이크의 라이닝과 패드 등 기계장비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20~30년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많은 석면이 들어 있다. 자재가 노후화하면서 미세먼지와 함께 석면가루가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지하철 역사 등 폐쇄된 공간부터 철저히 조사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
더불어 건축물 해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석면이 함유된 설비와 건축물을 해체·철거할 때는 관할 당국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석면을 철저히 제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석면 처리 전문업체 육성과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정책적 배려가 없다면 결국 감독 당국의 눈을 피해 불법 철거를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그런 폐자재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늘어날 석면 피해 환자들을 도울 대책도 시급하다. 석면은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므로 원인을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 70~80년대에 석면 사용이 절정을 이뤘던 것을 고려하면 이제부터 석면 피해 환자들이 쏟아질 시점이다. 의사들이 석면으로 비롯된 질병을 판별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잘못 하면 석면 피해 환자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전문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상담에서부터 손해배상 청구 등을 위한 법률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전담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 석면으로 말미암은 진단·치료·보상 등의 과정은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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