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5 19:38
수정 : 2007.12.05 19:38
사설
검찰이 김경준씨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및 회삿돈 횡령 사건 수사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김씨와 함께 사업을 벌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연루됐는지가 관심이었는데, 검찰은 이 후보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비비케이의 소유자도 김경준씨라고 못박았다.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 부문에서는,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고발당한 사안을 모두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기로 함에 따라, 수사는 막을 내렸다.
그리 길지 않은 수사 기간에 검찰이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모습은 보였다. 수사 막판에 진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한글 이면계약서와 관련해, 계약서가 문서에 표시된 날짜보다 나중에 작성된 것임을 검찰이 확인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다스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끝낸 것은 큰 흠결이다. ㈜다스는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한 회사이며, 누가 이 회사의 주인인지는 비비케이의 실제 지배자가 누구인지를 가려줄 수 있는 핵심 열쇠였다. 두고두고 시빗거리를 남겼다.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냐는 의문에 대해, 검찰은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 몫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수사 결과, 이상은씨가 ㈜다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7억여원, 그리고 회사에서 빌린 가지급금을 갚을 때 10억원 등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에서 ㈜다스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다스의 이상은씨 지분이 검찰이 언급한 ‘제3자’의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한다. 검찰은 “5년이 지나면 계좌추적이 어렵다”며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수사를 여기서 끝낼 일인지 의문이다.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을 ‘제3자의 것’이라고 보는 근거를 검찰이 아직 밝히지 않는 것도 석연찮다.
검찰 발표대로 하면 이번 사건은 김경준씨와 금융업을 동업한 이 후보와 ㈜다스가 김씨한테 당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할 수 있을 만큼 검찰이 사건의 내막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검찰은 김씨가 비비케이의 지분은 모두 자신의 몫이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난 지분이 김씨 것임은 알려졌던 것이다. 문제는 법률적 소유자가 아니라, 실질적 지배자가 누구인지다. 검찰은 김씨와 이명박 후보가 지배하는 회사 사이의 의문투성이인 돈거래 내막을 속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김씨가 유독 ㈜다스에만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도 풀리지 않았다.
처벌할 ‘위법행위’가 있었느냐를 따지는 게 검찰의 사건 접근법이긴 하나, 이번 사안은 법률적 판단을 넘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 드러내는 게 매우 중요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이 후보가 형사처벌을 받을 일을 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것에 머물렀다. 의혹을 제기한 쪽이 ‘면죄부를 주는 수사’였다고 비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검찰이 형량을 낮춰주겠다며 이 후보에 유리한 진술을 요구했다는 김씨의 자필 메모도 개운치 않다. 검찰은 김씨 수사 과정을 녹음·녹화해 놓았다고 한다.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대부분 입회한 만큼 김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러나 의혹이 남지 않게 털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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