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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인사를 바로잡는 계기로 |
지난주말 공기업에서 있었던 두 ‘사건’은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정부는 코트라 사장에 홍기화 한국국제전시장 대표를 내정했다. 1962년 코트라가 출범한 뒤 나온 첫 내부 출신 사장이다. 코트라 사장 자리는 그동안 산업자원부나 정치권 인사가 차지해 왔다. 한편에서는 윤영호 전 한국마사회 회장이 시설물 관리용역 회사한테서 1억4천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두 사건은 공기업 인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제대로 일할 인물을 공정하게 뽑는 게 인사의 요체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기업 사장 인선은 그렇지 못했다. 요즘에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추천 과정에 여전히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낙하산’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코트라는 40여년 만에 내부 출신 사장을 맞았지만, 공기업 중 아직도 내부 출신 사장 한번 배출하지 못한 곳이 여럿 있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공기업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최고 자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을 허탈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마사회의 윤 전 회장은 15·16대 총선에서 낙마하고 17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마사회를 이용해 챙겼다. 경영은 뒷전이고 정치 쪽에 관심이 기운 인물을 앉힌, 이른바 자리 봐주기 인사가 낳은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공기업 노조들이 외부 인사가 낙점되기만 하면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통과 의례처럼 반발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관계 또는 정치권 출신이 사장 자리를 쓸어온 데서 오는 피해 의식이 있다. 내외 가릴 것 없이 능력있는 인물을 환영하는 풍토를 자리잡게 하려면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게 먼저다. 공기업의 인사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번의 두 사례가 그런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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