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6 19:24
수정 : 2007.12.06 19:24
사설
현재 1만3천여 가구가 입주한 길음뉴타운에 중·고교가 한 곳도 없다고 한다. 터는 있지만, 새로 들어설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사고)가 들어서길 기다리며 비워두고 있는 까닭이다. 자사고는 시범운영을 통해 이미 드러났듯이 대다수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과도 같은 귀족학교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특별한 소수 학생을 위해 일반 학생을 희생시키고, 특별한 입시교육을 한다며 보편적인 공교육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시민이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길음뉴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던 2005년 당시 정부 당국과 합의한 터이고, 주민들에게도 자사고 설립을 공지했던 터이므로 이제 와서 되돌릴 순 없다고 말한다. 물론 공지된 약속이라는 사실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약속의 타당성과 정당성이다. 보통 1만여 가구가 넘는 단지라면 중·고교 두세 곳은 있어야 마땅하다. 단지내 학생용 교육시설 설립이 우선돼야 자사고 설립을 약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다수 주민의 이해에 반하는 그런 약속은 성립될 수 없다. 또 당시 서울시는 입시 명문고 구실을 할 자사고로 말미암은 뉴타운 집값 상승 효과를 은근히 퍼뜨렸다. 그러나 입시 명문고와 집값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주변에 외국어고나 과학고가 있다고 집값이 뛰거나 부유층이 몰려드는 일은 없다. 행정기관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사실 자사고 정책은 시범학교 평가가 나온 2005년 9월부터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평가 결과가 너무 부정적이었던 탓이다. 그래서 정부는 시범학교 확대 계획을 포기하고, 시범운영 기간만 거듭 연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고서를 보면, 학교 교육비는 연 1천만원에 이르는데다 사교육비마저 일반학교 학생보다 많았으며, 기대했던 조기유학 감소 효과는 전혀 없었다. 반면 사교육을 중등생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입시 명문고로 기능하면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럼에도 시와 교육청은 공교육 시설 터를 자사고 터로 돌리고, 거의 공짜로 토지를 임대하는 등 온갖 혜택을 다 준다. 중산층·서민 학생에게 쓸 교육 재원을 귀족학교에 퍼주는 셈이다. 일부 시민의 허황된 기대감에 편승한 것이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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