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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고령자·기혼여성 채용 차별 |
여성, 장애인, 고령자 등 소수자에 대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들이 있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이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업종이나 기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특정 계층이나 소수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먼저 눈에 띄는 현상은 나이 많은 사람의 차별이 가장 심하다는 것이다. 능력이 같은 50살 미만의 사람과 그 이상인 사람 가운데 나이 많은 쪽을 뽑을 확률은 33.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날로 고령화하는 추세를 생각할 때 심히 걱정스런 현상이다. 자녀들의 부모 부양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노인 복지는 거의 없다시피한 게 우리 현실이다. 자칫 고령자들이 새로운 빈곤계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나이 차별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게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여성 차별도 이에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남녀 가운데 여성을 채용하는 확률은 37.1%에 불과하고, 여성 중에서도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에게 밀려나고 있다. 미혼 대신 기혼 여성을 뽑을 확률은 36.9%밖에 안 된다. 현실이 이러니,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 가운데 기혼 여성의 비중이 높은 건 당연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기업은 다른 소수자도 차별한다는 점이다. 여성 채용을 꺼리는 기업은 기혼 여성, 이혼 경험자, 경력자, 고졸자도 꺼리고, 기혼 여성을 차별하면 이혼 경험자, 장애인, 고연령자도 차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여성 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면 다른 차별의 완화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임을 정부와 기업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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