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7 18:59
수정 : 2007.12.07 18:59
사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친서를 보냈다. 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한 확실한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달 말까지로 잡힌 북한의 성실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이끌어내고 핵 폐기 단계로 부드럽게 넘어가기 위해 새로운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북한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5일 전달한 이 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과거 ‘폭군’ ‘피그미’ ‘버릇없는 아이’ 등으로 부른 김 위원장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적대적 대북정책의 전환에 나섰음을 지구촌에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5일 힐 차관보를 배웅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 쪽은 만족했을 것이고 우리도 만족했다”고 한 것을 보면, 미국의 이런 의도는 북한 쪽에 충분히 전달된 듯하다.
지금 북한이 서둘러야 할 일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 프로그램 신고’다. 미국의 관계 정상화 의지가 분명한 이상 일부 내용을 신고 대상에서 빼거나 일부러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특히 미국 강경파가 주시하는 우라늄농축 계획(UEP)에 대해서는 이번에 모든 것을 털고 간다는 자세로 합리적 설명을 해야 한다. 신고가 충실해야 다음 단계 협상도 쉬워진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하길 바란다. 북한이 바라는 평화체제 협상과 경수로 논의 등도 모두 이번 신고와 사실상 연계돼 있다.
미국도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제까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내용을 보고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다분히 국내 강경파의 반발을 의식한 태도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방북 등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확인했다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 시작을 늦출 이유가 없다. 북한 핵 신고의 수준과 속도를 높이게 하는 데는 말보다 구체적 행동이 훨씬 효과적이다.
6자 회담 합의 이행은 ‘행동 대 행동’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큰 단계가 바뀌는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이해가 엇갈려 일정표를 짜기가 쉽지 않다. 이런 때 필요한 것이 신뢰인데,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여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북·미 두 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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