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7 18:59
수정 : 2007.12.07 18:59
사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고 한다. 논의를 재개하려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두 후보의 단일화 없이 대통령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기대를 걸어온 지지층들로선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게다.
협상엔 상대가 있는 법이니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묻긴 어렵다. 후보 단일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지금의 대선 구도에서 효과가 있을지 따위에 대한 판단도 다를 수 있다. 다만, 단일화 협의에 나선 이들에게 진지한 의지가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로 보면 양쪽의 협상 과정에선 진솔한 반성과 결단의 자세를 찾기 어렵다. 후보 단일화가 정치인들만의 이합집산에 그치지 않도록 하자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또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국민이 질타하는 대목에 대해선 잘못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도 밝혀야 한다. 그런데도 양쪽은 그런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절차 문제만 놓고 티격태격했을 뿐이다. 이런 실랑이는 볼썽사납기도 하다. 두 사람만의 텔레비전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해도,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면 이를 단일화 성사보다 앞세울 순 없다. 양보와 결단의 의지가 있다면 절차와 선택 기준을 중재자인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백지위임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런 태도 없이 무턱대고 상대 양보만 요구한다면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단일화 실패로 두 후보가 입을 정치적 손해는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에게는 민주당과의 단일화 무산에 이어 거듭된 정치적 실패가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문 후보에게도 지지율 제고를 위해 단일화 논의를 이용하려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쏠리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결과에 좌절한 기존 지지층의 외면이 커질 수 있다.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 세력에게 표를 주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내년 4월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치와 비전이 비슷한 세력들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총선에선 더욱 힘을 합치기 어렵게 된다. 사실상의 양당 구도로 이어져 온 한국 정치의 전통이나 현재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선 이런 분열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양쪽이 이런 결과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