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9 18:50
수정 : 2007.12.09 19:35
사설
유출된 원유 1만5천여톤이 폭 40~50m, 길이 40㎞의 두꺼운 기름띠를 이뤄 만리포 모항 등 연안을 덮치는 등 충남 태안해상 국립공원을 초토화하고 있다. 최악이었다는 12년 전 시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유출된 기름이 세 배나 많고, 바다 위에서 발생해 확산 가능성이 높다.
당장 중요한 것은 확산을 막는 방제작업이다. 사고 지역은 식생이 풍부하고 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손꼽힌다. 만리포 해안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사구는 이미 기름띠가 덮쳐 제모습을 영영 잃게 됐다. 인근의 가로림만과 천수만은 개펄 생태계가 우수하고, 어류의 자연산란장이자 각종 해산물 양식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덮칠 경우 어민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늘고, 철새들은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된다. 겉만 복구하는데도 최소 3년이 걸리며, 가라앉은 기름찌꺼기는 제거할 수도 없다. 시프린스호 사고 때 유막이 230㎞나 떨어진 포항 앞바다까지 형성됐고, 부산에선 기름덩어리가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해군 해병대 특전사까지 나섰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방제가 급하다고 사고 및 피해 확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7일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겨울이라 확산 속도도 느려 시프린스호 사고 때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초동대처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조선에 생긴 구멍을 막는데도, 크기를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하루 이상 지체됐다. 사고 때마다 지적되지만, 이번에도 사고 유조선은 이중선체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일단 기름이 유출되면 기술적 한계 때문에 10~100년 동안 피해가 계속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이다. 시프린스호 사고 이후 정부는 방제능력을 10배나 늘리고, 지휘체계 정비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양사고는 1999년 389건에서 2004년 1462건으로 급증했다. 대부분 사소한 안전의식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번에도 예인선의 로프가 끊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에서 비롯됐다. 사소한 부주의가 재앙적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안전의식을 높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오염자 부담원칙 적용은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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