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9 18:52
수정 : 2007.12.09 19:35
사설
정부가 내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을 의결한다. 하지만 개편안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운용위의 상설화를 통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개편 취지에 비춰보면 개악에 가깝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돼 있는 기금운용위를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민간기구로 한다고 지난 9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안에서 정부는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바꿨다. 또 기금운용위원 7명 중 2명을 상임위원으로 두려던 계획도 변경해 7명 모두를 비상임 위원으로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정부 책임을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바꾸는 등 독립성 훼손은 전혀 없는 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전혀 맞지 않다. 상임위원 한 명 없이 기금운용에 대한 책임있는 의사결정이나 상시적 평가·관리를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한다면 행정부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가입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안대로라면 기금운용위는 매우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무국에 많은 것을 일임하거나 정치권과 정부의 간섭에 제대로 버텨낼 수 없어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기금운용위 개편은 가입자 단체와의 조율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한 사항이다. 정부 개편안은 이런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공청회를 했다고 하나 의례적 의견 청취이지 실질적 조율은 아니었다. 앞으로 가입자 단체의 반발은 물론 국회에서의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연금기금은 사설 펀드가 아니라 공공기금이다. 사회적 유용성과 거시경제와의 조화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몇몇 민간 투자전문가의 손에 연금의 운명을 맡겨서도 안 되며, 정부가 제멋대로 가져다 사용하도록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연금급여 지급의 책임성을 지니는 정부, 연금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와 사용자, 그리고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적절한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내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원칙 아래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다시 살피길 바란다. 근본적 재검토만이 기금운용위 개편 취지를 되살리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논란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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