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0 19:05
수정 : 2007.12.10 19:05
사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우식 과기부총리)는 최근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앞으로 10년 더 가동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원전 전문가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과는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사실 정부의 안전성 검토는 지나치게 안이하고 형식적이었다. 검증은 주로 서류 검토와 같은 행정적 업무 위주로 이루어졌다. 상당한 경험과 연구 역량이 쌓인 선진국에서도 반드시 거치는 사전 실험검증은 하지 않았다. 심사 기간도 18개월에 불과했다. 그건 미국 등 원전 설계 및 건설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이 시행하는 검증기간이다. 고리 1호기는 설계 도면이나 건축 기술 모두 외국 것을 수입해 건설했다. 검증력의 한계가 분명했다.
게다가 정부는 심사에 주민이나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거부했다. 심사 과정에선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기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심사가 끝난 뒤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 요청도 일체 거부한다. 수명 연장을 미리 정해놓고 요식 행위로 심사 절차를 밟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사회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지난 30년 동안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생존권 위협 속에서 살았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피해의식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 사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신과 불안을 부추겼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연장 심사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았고, 심사 결과에 주민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 대단한 배짱이다.
체르노빌 사고에서 경험했듯이 원전은 일단 사고가 나면 한반도 전체에 큰 재앙을 일으키게 된다. 지역주민은 종말적 사태를 맞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환경권을 나라가 보장해야 할 기본 인권으로 규정하고 지역주민의 절차적 권리보장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한수원은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연장 가동에 들어간다. 요식적으로 시늉만 하고 넘길 수 없는 절차다. 한수원은 인권 보장 차원에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기를 바란다. 안전성은 어떤 경제성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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