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1 19:12
수정 : 2007.12.11 19:12
사설
남북을 잇는 경의선 화물열차 정기운행이 어제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끊어진 이후 56년여 만이다. 당분간 개성공단과 관련된 화물을 실어 나르지만 곧 다양한 남북경협 물자와 대북 지원품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철도를 이용한 남북 경협시대가 닻을 올린 것이다.
경의선 화물열차는 우선 남북 사이 물자 수송의 단가와 시간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는 남쪽 기업들의 개성공단 입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또한 이번 열차 운행은 한반도 전체를 시베리아횡단철도 및 중국횡단철도와 연결시키는 첫걸음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북쪽 육로가 끊겨 섬과 같았던 우리나라가 다시 대륙 국가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조건을 갖춰가는 셈이다.
도로·철도 협력은 지난 10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가운데 이행이 가장 순조로운 분야다. 화물열차 운행 시작과 함께,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사이 경의선 철도를 개·보수하기 위한 현지조사가 시작됐다. 경의선 철도는 내년 8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모두 정비돼, 남쪽에서 올림픽 응원단을 태우고 떠나는 열차가 베이징까지 가게 된다. 철도·도로 연결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헤아리는 시금석으로도 중요하다. 북한과 외부와의 철도·도로 수송 실적은 북쪽의 개혁·개방 정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여러 경협 사업을 동시에 진척시키고 있다. 이들 사업이 성공하려면 핵문제가 함께 풀려야 함은 물론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먼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난주 친서에 빨리 화답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프로그램 신고’를 전제로 양쪽 관계 정상화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교향악단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년 2월 평양공연 일정을 어제 공식으로 발표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지금과 같은 전례 없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남북 사이에 사람과 물자가 많이 오갈수록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비롯한 통일의 토대는 더 튼튼하게 된다. 지금은 하루 한 차례에 지나지 않는 화물열차 운행이지만 남북의 혈맥을 잇는다는 의미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번 열차 운행이 북한의 대외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적극적인 핵신고로 이어지고, 남북관계의 폭과 속도를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