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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1 19:12 수정 : 2007.12.11 19:12

사설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에 닷새째 방제 작업을 벌였음에도 해상의 기름띠는 남북으로 70여㎞까지 확산됐으며, 인근 40㎞에 이르는 해안은 초토화됐다. 회수된 기름은 유출량의 10%에도 못미친다. 경기도, 전라북도 등 서해안 전역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기름띠가 넓게 퍼져 버린 탓에 효과적인 방제가 더 어려워졌다. 2차오염 우려 때문에 유처리제도 쉽게 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름띠가 계속 밀려들면서 해안이 죽음의 벌판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는 유조차량은 모래사장으로 진입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다. 결국 많은 인력을 동원해 엉겨붙은 기름덩이를 손으로 일일이 걷어내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재난 극복을 정부와 지역 주민들에게만 맡겨놓을 일은 아니다. 국민 모두 작은 손길이나마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현장에서는 주민·자원봉사자·공무원·경찰·군인 등이 달려들어 기름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과로·악취·피부병 등으로 지쳐가고 있다. 심지어 두통과 구토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7천~8천명이 일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흡착포·입마개·장갑 등 장비와 자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몸으로 때우는 상황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해양 기름오염은 한번 터지면 그 피해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완전히 복구되는 데까진 수십년이 걸린다. 기름 제거가 하루 늦어질 때마다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시간과의 싸움인 셈이다. 성금이나 장비를 보내도 좋고 자원봉사도 좋다. 모두 조금씩 보탠다면 큰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체 없이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때 해상 기름 제거에만 한 달이 걸렸다. 두 배나 많은 1만여㎘가 유출된 이번 사고 수습에 석 달이 걸릴지 반 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서해가 특정 지역 주민의 바다가 아니듯 기름 유출 사고 또한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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