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2 18:37
수정 : 2007.12.12 19:41
사설
지난 6일 강화도 해병부대에서 초병을 승용차로 덮치고 소총과 실탄, 수류탄 등을 빼앗아간 용의자가 어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탈취당한 총기류도 모두 회수했다. 탈취범이 총기를 이용해 다른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이 컸는데, 다행이다. 그러나 그동안 군경 합동수사본부의 실망스런 대처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초기 대응이 허점투성이였다. 범행 당일 한 시민이 앞에 용의 차량이 달리고 있다고 결정적인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허투루 취급해 용의자를 놓친 것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사본부는 범행 현장에서 용의자 것으로 보이는 안경이 발견됐는데도 용의자가 안경을 쓰지 않았을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 주목하지 않았다가 이틀 뒤에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수사본부는 이 안경에서 용의자의 디엔에이(DNA)를 확보했다고 나중에 밝혔다. 피묻은 탄통 한 개도 사고 부대에 나흘이나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단서 하나도 소홀히 넘겨선 안 될 상황에서 수사본부의 이런 실수는 국민을 더 불안하게 했다.
경찰은 며칠째 전국에서 대대적인 검문을 벌였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용의자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휴게소 근처에 총기를 버렸다. 그렇다면 범행을 저지른 강화도에서 장성까지는 총기를 차에 싣고 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편지는 부산의 우체통에 넣었으니, 부산에도 간 듯하다. 용의자는 그 뒤 하룻만에 서울에서 잡혔다. 군경은 출퇴근 시간대에 자동차 전용도로에서까지 검문을 했으나 용의자에게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못한 셈이다. 검문이 용의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야 했겠지만, 성과에 견주면 국민 불편이 지나치게 컸다. 사실 용의자의 얼굴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검문은 형식에 그치기 쉽다. 차 안까지 샅샅이 살펴보는 검문이 아니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작정 길만 막을 게 아니라 효율적인 검문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총기 회수도 용의자가 총기를 버린 곳을 편지로 알려줬기에 가능했다. 그 편지에서 지문이 나와 결국 용의자를 붙잡기는 했으나, 도대체 수사본부가 한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을 들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군경 지휘부는 이번 사건 수사 과정을 되짚어 무엇이 문제였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용의자를 붙잡았다고 대충 넘어간다면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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