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2 18:39
수정 : 2007.12.12 19:42
사설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으레 ‘특진’이라는 형태로 추가 부담을 지기 마련이다. 특진의사 아닌 경우가 별로 없어 그러려니 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 한번 특진의사를 선택하면, 관련된 의료행위에 관계하는 의사들도 다 같이 특진의사가 된다. 당연히 청구된 치료비는 보통 경우보다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병이 더 잘 치료되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현재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명분 아래 도입된 ‘선택진료제’의 문제점이다.
보건복지부는 그제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과 자격, 관리체계 등에 대한 미시적 조정책에 그쳤다. 복지부가 그동안 선택진료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부당한 관행을 묵인함으로써 초래한 엄청난 국민 부담을 생각하면, 이 제도 폐지를 통해 문제의 원천을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도 참여정부 말기에 서둘러 이런 졸속 정책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복지부는 선택진료제가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병원에 대한 정보나, 의사의 시술 성과 또는 사고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보장되는 선택권이란 의미가 없다. 병원 등 의료기관의 평가 결과나 의료인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고 이를 관리해 건강보험이란 공보험 아래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환자 선택권의 핵심이다. 복지부는 고급의료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의료수준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선택된 의료인의 의료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체계가 없어 고급 의료와 의료 수준 향상은 구호에 그치고 수익자 부담만 늘어날 위험이 더 높다.
현재와 같은 의료 서비스 제도와 환경을 그대로 둔 채 미시적인 개선책을 강구한다면 병원 수익 보전대책으로 활용돼 온 선택진료제의 한계를 결코 탈피할 수 없다. 소비자 선택권이란 허울을 빌미로 환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이 계속될 것이다.
기형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선택 진료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대신 병원의 수익성이 정상적으로 보장되도록 수가체계를 조정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물론 수가체계 조정은 병원 회계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복지부는 졸속 개선안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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