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3 18:47
수정 : 2007.12.13 19:08
사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유달리 조용하다. 목청 높인 유세전이나 열띤 토론을 찾기 어렵다. 과열 선거가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응당 있어야 할 정책 경쟁과 토론까지 실종됐으니 걱정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선거 정보와 의견의 유통이 곳곳에서 차단되고 있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선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후보 접촉이 크게 줄어든 점이 두드러진다. 거리 유세가 지난 대선의 절반 이하인 것도 그렇거니와, 텔레비전 토론 횟수도 1997년(45회)이나 2002년(85회) 대선에 견줘 턱없이 줄었다. 텔레비전 토론은 후보들의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직접 보여줘 비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개방된 공론장’ 구실을 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의 일부 후보들은 토론회 참석을 한사코 피했다. 유권자들로선 후보를 검증하고 알 기회를 그만큼 뺏긴 게 된다.
그런 가운데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텔레비전 토론회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후보별 발언 시간이 합쳐서 한 회당 10여분 정도씩이었으니, 공약 요약에도 급급했을 터이다. 상호 토론도 고작 1분~1분30초씩이어서, 토론이나 논쟁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사회자를 거치도록 한 발언 방식 역시 역동성과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토론회 시청률이 크게 낮아진 게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선관위 쪽은 남은 한차례의 토론회에서도 토론 방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국민의 무관심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활발한 공론을 막는 장벽은 또 있다. 이달 초까지 선관위가 삭제한 인터넷상의 대선 관련 게시물은 6만5천건을 넘고, 입건된 누리꾼은 1300여명에 이른다. 후보나 정당에 대한 찬반 인쇄물 등의 배부와 게시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을 인터넷에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인터넷에서는 몇 해 전에 쓰인 글도 검색 등을 통해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글이 삭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단속으로 인터넷을 통한 정치 관련 정보와 의견의 자유로운 유통은 사실상 차단됐다. 정치적 공론장이 그만큼 좁아진 셈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 정치 무관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후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나 정보가 없는 선거는 ‘묻지마 투표’를 강요하는 게 된다. 지금이라도 고칠 것은 서둘러 고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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