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4 18:20
수정 : 2007.12.14 21:00
사설
보건복지부가 엊그제 발표한 ‘임의 비급여 개선안’을 두고 환자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28개 단체는 어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 부담 일색의 임의 비급여 개선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임의 비급여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하며 의아해할 이들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번 안은 백혈병과 암 등 중증환자들에겐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내용이다.
보통 환자가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대체로 부담하는 항목과 환자 본인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항목이 있다. 전자가 급여 항목이며, 후자가 비급여 항목이다. 급여 항목이든, 비급여 항목이든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것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사전 허가를 받은 약제다. 그러나 임의 비급여는 급여와 비급여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허가를 받았더라도 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해 쓴 약제를 의미한다. 안전성이 우려돼 현 규정에서는 이를 이용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약을 처방해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는 불법을 공공연히 저질렀다. 정부도 단속이 어렵다며 사실상 이런 불법행위를 방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개선안을 내놓은 것 자체는 늦었지만 적절하다. 문제는 정부안에 우려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부안은 법이 정해둔 허가범위를 넘어 사용하는 약제의 예외를 인정하고 사후승인을 받도록 했다. 일정 조건을 전제로 ‘임의 비급여’와 이에 따른 환자 부담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법인 임의 비급여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길을 터 주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사용한 약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후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환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을 써 임상시험 대상이 된데다, 사용한 약제비까지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개선안에는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임의 비급여 문제 해결은 ‘조건부 합법화’란 편법으로 풀 게 아니다. 비급여 항목의 의학적 근거 여부를 이른 시일 안에 판단해 급여화를 통해 환자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사후승인이 난 약제는 전부 급여항목으로 전환하고, 결국 사후승인을 못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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