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4 18:20
수정 : 2007.12.14 19:42
사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이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어제 사흘 일정을 마쳤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의 3통(통행·통신·통관)을 원활화하는 군사보장합의서를 채택했다고는 하나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다. 특히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지난달 말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미룬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이견은 이번에도 결정적 장애물이 됐다. 남쪽은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같은 면적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했으나, 북쪽은 이전처럼 이 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그 남쪽에 어로구역을 잡자고 주장했다. 작은 규모의 공동어로구역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자는 남쪽 제안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관한 한 정상회담 합의는 사실상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상회담의 핵심 합의사항인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전체에 제동이 걸리는 건 아니다. 평화지대는 공동어로구역 외에 해주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민간 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등을 포함하며, 이의 추진을 위한 장관급 추진위원회가 곧 열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동어로구역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평화지대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평화지대 설치의 취지가 경협 강화를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 추진뿐만 아니라 서해 평화구조 정착에 있음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견이 크다고 공동어로구역 설치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설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에 이번과 같은 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아울러 북방한계선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군사적 신뢰보장 조처를 다룰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북방한계선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1992년 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북방한계선 문제를 평화체제 논의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남북 협의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성실한 논의와 성과 축적을 통해 신뢰의 폭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양쪽은 이번 회담에서 이런 교훈을 얻었으리라고 본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