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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6 18:42 수정 : 2007.12.16 19:45

사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었다. 기름띠와 타르덩어리의 확산을 막고, 해안을 덮친 기름을 걷어내는 안간힘이 이어지고 있다. 추위와 악취가 고통스럽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초토화된 삶의 터를 되살리고 태안해상국립공원 등 아름다운 우리 해안선을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하는 일이 어디 태안 등 피해지역 주민들만의 몫일까.

눈앞이 막막하지만 이제 차츰 희망이 보인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그 하나하나가 희망이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만 4만여명씩이나 다녀갔다.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때 들불처럼 일었던 금모으기 운동에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결혼반지까지 나라 살리자고 내놓았던 우리 국민이다. 만리포해수욕장의 모래가 조금씩 제 빛을 찾아간다고 하는데 이들의 손길이 없었던들 가능했을까. 자원봉사 행렬에는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종교인, 회사원 등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참여도 끊이질 않는다. 주말 나들이쯤으로 여기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따라나섰던 고사리손도 바위와 모래에 달라붙은 기름을 흡착포로 닦아냈다. “학교 빼먹고 가서 좋아했는데 와보니 너무 힘들다”는 한 아이의 말은 결코 불평이 아니다. 그 어린 마음에도 참담해 제 한 손을 보태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자갈 하나가 제 빛을 찾았을 때의 보람을 그리 표현했으리라. 소중한 경험이다.

바위 하나, 모래 한줌 닦아내면 해안은 그만큼 옛 모습을 찾는다. 모래나 자갈·바위에 묻은 기름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으니, 기댈 건 사람의 손밖에 없다. 기름이 유출되면 수십년간 피해가 계속된다지만, 그 기간을 줄이는 건 사람의 힘뿐이다.

1997년 러시아 유조선 나홋카호 침몰로 유출된 중유가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지역 해안을 덮쳤을 때, 그 해안을 되살린 건 자원봉사자들의 땀이었다. 서너달 동안 연인원 30만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기름을 대부분 제거했다. 몇 해가 걸릴지 모른다는 일을 그들은 기적처럼 해냈다. 우리도 태안에서 그런 기적을 보게 되리라 믿는다. 정부도 자원봉사자들의 뜻이 온전히 피해 복구에 보태지고,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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